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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리뷰, 여전히 개츠비는 위대하다, 화려한 1920년대와 피츠 제럴드의 삶이 투영된 원작소설, 마지막 문장

by 되는 사람 2023.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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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츠비가 꿈을 이룬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에 도달할 수 있는 부를 거머쥐었을 뿐이었네요. 끝의 공허함과 쓸쓸함에도 불구하고 '위대하다'는 개츠비. 닉 캐러웨이는 여기 있는 모두를 합한 것보다 개츠비 한 사람이 낫다고 말합니다. 잡고 싶은 꿈으로 반짝이던 뉴욕이 역겹다고 했습니다. 그 안의 개츠비 한 사람만 빼고요. 개츠비가 왜 위대한가요?

 

워너브라더스 창사 100주년을 기념하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위대한 개츠비'가 9월 재개봉을 했습니다. 'Fantasy & Dream 테마'로 영화 '오즈의 마법사', '구니스'와 함께 재개봉되었는데요, 1920년대의 화려한 판타지와 개츠비의 꿈이 테마에 정말 딱 들어맞는 것 같습니다.

 

위대한 개츠비의 내용과 많이 닮아있는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삶과 주변 인물들을 작품의 줄거리와 비교해 봤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의미가 있는 작품의 시대적 배경과 개츠비의 위대함을 정리한 영화 리뷰입니다.

 

2013년작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위대한 개츠비 포스터

영화의 원작인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는 GAN(The Great American Novel, 위대한 미국 소설)에 등극한 작품입니다. 또한 미국 고등학생들에게는 필독 추천도서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인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진 아메리칸드림을 잘 다루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영화 위대한 개츠비는 1925년 미국에서 발표되었는데요, 동시대를 배경으로 쓰인 소설에는 화려한 1920년대의 뉴욕의 모습이 아주 현실감 있는 묘사로 잘 담겨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뉴욕과 시카고로 몰려들었고 개츠비도 당시 뉴욕에 있었습니다.

The Roaring 20's, 으르렁거리는 20 년대

'The Roaring 20's, 으르렁거리는 20 년대, 광란의 20년대, 포효하는 20년대는 미국의 1920년대를 회상하며 표현하는 말입니다. 얼마나 에너제틱한 시대였는지 잘 표현해 줍니다.

호황의 시기, 시간이 많은 부자들

전화, TV 같은 가전제품이 대중화되고 비행기, 선박 산업등 제조업이 엄청나게 발달하면서 경제는 그야말로 호황이었습니다. 노력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신념이 가득했던 아메리칸드림의 시대가 온 것이죠. 10년 사이 다우존스가 5배로 뛰면서 주식과 부동산이 폭등했고 노동하지 않는 부자들이 많았습니다. 이 시간부자들은 요트와 승마, 골프, 크루즈 같은 스포츠와 레저를 즐기며 살았습니다.

 

영화에서 데이지의 남편 톰 뷰캐넌은 명확한 직업 없이 스포츠를 하는 '로우링 트웬티'의 전형적인 부자로 늘 폴로를 하는 백수의 모습이죠. 또 데이지의 친구 조던 베이커는 골프선수입니다.

 

미국의 부자들은 몇 대째 부를 축적한 올드머니 유럽 상류층을 늘 동경해 왔는데요, 이제는 미국의 일반인이 유럽 중산층의 라이프 스타일을 앞서 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웨스트에그에 살고 있는 전형적인 올드머니 부자인 톰 뷰캐넌은 몇 년 사이 막대한 부를 일궈낸 게츠비를 이 서스트에그 사람으로 확실하게 선을 긋고 태생부터 다르다며 인정하지 않습니다.

 

영화의 시작점에서 개츠비는 데이지부부의 저택이 있는 웨스트 에그의 푸른 등대 불빛을 가리키려고, 혹은 잡으려고 손을 뻗습니다. 달러의 푸른빛과 닮아있는 등대의 푸른 불빛은 잡고 싶은 웨스트에그의 드림인 것이지요.

아메리칸드림,  팍스 아메리카나

전후로 재정이 어렵던 유럽의 채무를 상환받기 위해 미국은 유럽에도 투자를 합니다. 시장에 풀린 현금으로 유럽의 경기도 좋아져 독일에서는 이때를 '황금으로 된 20년대', 프랑스에서는 '미친 연도들'이라 표현합니다. 미국이 유럽 경제를 앞지르고 팍스 아메리카나(미국이 세계의 평화와 질서를 유지하는 체제)의 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미국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는 재즈에 대한 사랑으로 폭발됩니다. 

재즈 시대(Jazz Age), 플래퍼들의 시대

재즈는 원래 미국 남부 뉴올리언스의 흑인음악입니다. 이 선율과 춤이 아메리칸드림을 좇아 뉴욕과 시카고로 함께 입성합니다. 재즈음악과 스윙댄스의 인기가 워낙 높았기 때문에 이때를 재즈 시대(Jazz Age)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스윙댄스를 즐기기에 적합하게 여자들의 치마 길이는 짧아지고 드레스의 실루엣은 단순해졌습니다. 또 빠른 스윙 동작에 흔들리거나 반짝이는 깃털이나 테슬장식이 많아졌구요. 영화 '위대한 개츠비'에서는 스윙과 재즈를 즐기는 화려한 파티와 수많은 파티 의상들이 등장합니다. 패션에 있어서도 중요한 변화의 시기인 이때의 룩을 잘 보여준 영화의상을 프라다의 세컨 브랜드, 미우미우의 수장 미우치아 프라다가 연출하여 주목을 받았습니다.                   

 

여성에게도 투표권이 생기고 사회진출이 많아지면서 허리를 조이지 않고 짧아진 옷들은 일을 하기에도 훨씬 적합했습니다. 여성스러운 X라인의 가르손느(불어로 소년)같은 H라인으로 바낀 실루엣에 해방감을 느꼈습니다. 여자들은 긴 머리를 단발로 자르고 챙이 단순해진 보닛이라는 모자를 썼고, 퇴근을 하면 재즈바에서 시간을 보내고 시가를 피우기도 했습니다. 

 

남성들만의 공간이던 바에 출입하는 자유분방하고 도발적인 이 젊은 새로운 여성들을 플래퍼라고 불렀습니다. 재즈시대는 그래서 플래퍼들의 시대라고도 합니다. 영화의 조던 베이커가 바로 플래퍼 입니다. 

금주령과 스피크이지 바(Speakeasy bar)의 등장

1920년부터 13년간 금주법이 실행되고 있었지만 비밀스럽게 술을 더 많이 마셔대던 시대이기도 합니다. 1차 세계 대전의 참전국이던 미국은 전시의 상황아래 국민적인 식량 절약이 필요했고, 범죄와 타락으로 인한 사회적 무절제를 방지하려고 했습니다. 정부는 '전쟁에서 이기고 싶다면 술을 끊으라'는 슬로건을 걸고, 알콜음료 일체의 제조와 판매 및 교환, 운송 그리고 판매업소 출입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수정헌법으로 발효된 금주령을 실행했습니다.

 

갑자기 술을 끊는다는 것은 당연히 어려운 일이고 금주령 아래 불법으로 술을 판매하는 비밀주점인 스피크이지(Speakeasy '좀 살살 말해'정도로 번역할 수 있겠네요)바들이 출현하게 되었습니다. 영화 위대한 개츠비에서도 스피크이지 바가 나오죠, 들어갈 때는 평범한 이발소지만 비밀스러운 문을 열고 들어가면 화려한 비밀 주점으로 이어집니다. 

 

한 달 전쯤 TVN의 예능 '알쓸별잡'에서는 영화 평론가 이동진 님이 개츠비 영화에 나왔을 법한 뉴욕의 스피크이지 바 '플리즈돈텔(Please don't tell)'에 방문했었는데요. 들어갈 때는 평범한 핫도그 가게이지만 그곳의 공중전화 다이얼을 돌리면 비밀스러운 문이 열리고 1920년대 분위기의 주점으로 연결되는 핫플레이스였습니다. 이동진 님은 그곳에서 맥주를 마시며 금주법이 없는 지금 이 시점에는 가짜 범법을 체험 한 거 같다아 흥미롭다고 했죠.

갱스터의 확장

이렇게 위장된 비밀주점을 개인이 운영하는 것은 부담이 너무 컸겠지요. 이 역할을 갱스터가 맡게 되면서 그들의 세가 크게 확장됩니다. 그중 가장 유명한 사람은 단연 알카포네이고요. 알카포네는 시카고에서 활동한 전설적인 마피아로 불법 주류 유통으로 정계와 재계를 모두 장악했습니다. 그의 불법적인 성공은 소설과 영화로 나올 만큼 대단한 것이었죠.

 

영화에서 무일푼인 개츠비를 키워준 마이어 울프심도 실존했던 갱스터 아널드로즈스타인이 모델이라고 합니다. 원래의 의도와는 다르게 금주령의 부작용이 많아지면서 금지된 것을 다루는 것은 이렇게 역설적으로 돈을 많이 벌 수 있게 했습니다. 이점을 가장 크게 활용하여 금주법 시대에 부자가 된 인물이 바로 영화의 주인공 개츠비인 것이죠. 개츠비는 영화에서 약국을 운영하는데요, 술을 소독용 알콜로 위장하여 유통망을 장악했습니다.

줄거리

이 위대한 고전, '위대한 개츠비'의 내용 자체는 사실 간단합니다. 소설도 내용 자체보다는 문체가 주는 화려함과 함축성의 가치가 훨씬 커서 스토리만 접한 경우 소설이 왜 위대한지 알 수 없죠.

개츠비의 꿈 데이지

데이지를 사랑하는 개츠비. 하지만 데이지는 사실 허영이 많은 속물입니다. 그녀는 전쟁에 나간 가난한 개츠비를 잊고 재력가인 톰 뷰캐넌과 결혼한 상태입니다. 그러나 톰은 자동차 정비공의 아내인 머틀과 은밀한 관계에 빠져있고 이를 굳이 숨기려 하지도 않습니다. 

 

데이지는 백만장자가 되어 돌아온 개츠비에게 다시 전과같은 사랑을 느끼지만 남편과의 좋은 시간도 많았다며 모순된 태도를 보입니다. 그리고 결국 개츠비가 파국을 맞게 되는 데 큰 역할도 하죠.

 

이런 그녀를 얻기 위해 개츠비는 자신을 삶을 갈아넣어 돈을 벌고 큰 부자가 됐습니다. 데이지 부부의 집이 보이는 맞은 편 이스트에그에 호화로운 별장을 구입하고 토요일 밤마다 사치스러운 파티를 벌여 그녀가 오기를 기다립니다. 드디어 일생을 바쳐 원해 왔던 데이지가 손만 뻗으면 잡을 수 있는 곳에 있습니다. 

 

작가의 삶이 투영된 스토리

누가 보더라도 개츠비는 작가 피츠제럴드 본인을 데이지는 연인이었던 지네브라 킹을 많이 닮아있습니다.

지네브라 킹, 데이지의 실제 모델

지네브라 킹은 그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여성입니다. 피츠제럴드는 19살, 프린스턴의 학생이었을 때 16살이었던 그녀를 만나게 됩니다. 그녀를 보자마자 완전히 빠져들었습니다. 하지만 아주 많은 남자들을 만났던 그녀에게 피츠제랄드는 어장 관리 속의 한 남자일 뿐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중에도 2년여의 시간 동안 그녀와 함께했는데요, 시카고의 금융업자로 엄청난 재력가였던 그녀의 아버지 찰스 가필드 킹은 '가난뱅이는 부잣집 딸과 결혼할 꿈조차 꾸지 말아야 한다'라고 말하며 둘의 사이를 반대했습니다.  피츠제랄드에게 이 일은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았고 그가 사치스러운 삶을 추구하게 된 큰 이유가 됐습니다.

 

크게 상심한 피츠제럴드는 1917년 프린스턴을 중퇴하고 미군에 종군하여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게 됩니다. 그리고 전쟁에서 죽기 전에 작품을 남기기 위해 집필을 시작하고 작가가 되었습니다.

 

지네브라 킹은 재력가의 아들인 윌리엄 빌 미첼과 결혼을 하게 됩니다. 지네브라 킹은 영화 속 데이지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있죠. 그녀의 남편 윌리엄 미첼 역시 영화 속 톰 뷰캐넌의 실제 모델입니다.

젤다,  영화와 같은 화려한 결혼생활

군을 제대하고 피츠제럴드는 젤다를 만납니다. 아버지가 앨라배마 주 연방 대법원 판사인 부유한 집안의 딸이었던 젤다는 불같은 성격으로 피츠제럴드와 사랑에 빠졌지만 곧 현실적인 잣대로 이 관계를 재단합니다. 피츠제럴드는 소설 '낙원의 이쪽'으로 크게 성공을 거둔 후에야 겨우, 어렵게 그녀와 결혼했습니다.

 

피츠제랄드와 젤다는 영화와 똑같이 파티를 즐기며 화려한 스타부부로 살았습니다. 피츠제럴드가 파리에서 살기도 했고 파리에 가서도 많이 즐겼다고 하는데요 이런 모습은 우디앨런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도 등장합니다. 파리의 술집 문이 열렸을 때 거침없는 젤다와 거기에 쩔쩔매는 피츠제럴드 부부가 파티를 즐기고 있죠.

 

옆에 있던 헤밍웨이가 피츠제럴드는 그녀 때문에 망할 거라고 하는데요, 피츠제랄드는 알콜 중독에 빠졌고, 44세라는 정말 젊은 나이에 할리우드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하게 됩니다. 이후 젤다도 정신 분열증을 앓았습니다.

 

지네브라 킹을 원했으나 돈과 부자에게 상처받고, 젤다와의 결혼에 겨우 성공했으나 그 공허한 끝이 개츠비와 연결고리를 만듭니다.

영화 리뷰, 개츠비는 왜 위대할까요

무너지는 아메리칸드림,  잡히지 않는 푸른 불빛

 돈에 미치고 사치와 향락에 빠져 순수함은 사라졌고 물질주의에 빠졌으며, 아메리칸드림의 대명사 벤자민 프랭클린처럼 성공하고 싶어했던 젊은이 조차 파멸시키는 사회로 변해버렸다는 것이죠.

 

개츠비의 아버지는 어린 시절 개츠비가 썼던 다이어리를 보여줍니다. 성공하기 위해 꼼꼼하게 그리고 계획적으로 전략을 짜고 다이어리를 기록했던 개츠비의 모습에서 벤자민 프랭클린이 보입니다. 이상적이기도 하고 위선적이기도 했던 이 시기에 무너져 내리고 있는 아메리칸드림을 작가는 본 것입니다.

 

이제 개츠비의 꿈은 손만 뻗으면 닿을 곳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부자가 되면 잡을 수 있다고 믿었던 등대의 초록색 불빛은 그에게서 자취를 감췄습니다. 개츠비의 꿈은 좌절되었고, 해가 갈수록 황홀한 미래는 우리에게서 멀어졌다고 피츠제럴드는 말했습니다. 

개츠비는 왜 위대할까요

개츠비는 달랐습니다. 그녀의 마음을 돈으로 사려고 한 개츠비는 낭만적인 물질주의자입니다. 물질이 목적은 아니었지요.

 

개츠비의 꿈 데이지는 좋은 사람이 아닙니다. 그럴만한 가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인생을 거는 것은 어리석기도 하고 허망하기도 합니다. 영화를 보며 느껴지는 공허함과 쓸쓸함은 바로 이것 때문이죠. 하지만 의심 없이 일생일대의 사랑을 바치는 개츠비의 태도에는 무의미하고 공허한 삶을 견디게 하는 위대함이 있습니다.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마지막 문장이자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묘비명

 

소설의 마지막 문장 

손끝으로 가르키던 초록색 불빛이 멀어져갔음에도 개츠비는 팔을 더 멀리 뻗었고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가슴 벅찬 미래가 교묘히 그를 피해갔음에도, 그가 탄 배가 과거속으로 밀려나는데도 계속 앞으로 나아간 것이죠. 개츠비는 위대하고 아메리칸 드림은 몰락했지만 이렇게 다시 재생하는 것이죠. 

 

위대한 개츠비를 좋아하시다면 피츠제럴드의 소설이 원작인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 매료되실 겁니다. 개봉된지 오래된 만큼 이미 많이 보셨을 텐데요, 원작은 그의 두 번째 단편집 '재즈 시대 이야기'에 들어있는 소설입니다.

 

부자 부부의 아들이 노인으로 태어나 점점 젊어져 가는 운명을 그린 것으로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간에 사랑을 경험하게 되는 판타지 드라마입니다. 개츠비의 복잡한 심경을 섬세하게 그려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연기가 오래 마음에 남는 것처럼 브래드 피트의 연기가 주는 후유증도 쉽게 가시지 않는 작품입니다.

 

10년 만의 재개봉으로 신이 난 '위대한 개츠비' 리뷰였습니다. 고전의 가치를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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